트럼프 당선에 당혹한 이들의 화살은 페이스북을 향했다. 특히 미국 언론은 단단히 뿔이 났는데 페이스북에 조직적으로 유통된 허위 뉴스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 사실 페이스북 참여도나 활기 등 각종 SNS 지표는 트럼프가 클린턴을 압도하고 있었다. 외부의 인공지능이 트럼프 당선을 예견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으니 트럼프 압승의 징조를 페이스북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SNS의 친구가 공유한 기사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둥, 클린턴이 ISIS에 무기를 팔았다는 둥, 아니면 말...
대한민국 헌법의 첫째 줄은 민주공화국이란 말로 시작한다. 어쨌거나 권력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고, 또 이런 글을 써도 연행되지는 않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개 이후 모두 공황에 빠졌다.대통령과 비선실세 일당의 작태도 충격적이었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애당초 가능한지 한국사회의 전근대성에 대한 무력감이 더 거북했을 것이다. 고시 엘리트들은 탐관오리로 부역했으며, 정당도 의회도 침묵으로 가담했다. 재계는 관의 한마디에 일제히 입금했다. 마치 왕을 섬기는 신하들처럼 일사분란했다. ...
얼마 전 애플 아이폰7의 발표회. 온통 “혁신은 없었다”는 기사뿐이었다. 스펙을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혈육이 아닌 동성애자가 이어받은 그 기업. 후계자는 제품발표회를 직접 진행했다. 자신들이 투자한 쇼 프로 ‘카풀 카라오케’를 오프닝으로 삼아 직접 노래도 불렀다. 팀쿡의 노래가 카풀 카라오케의 아델편이나 미셸 오바마편보다 재미 있을리야 없겠지만, 대기업 CEO의 망가지려는 모습은 신선했다. 적어도 스티브 잡스의 쇼맨쉽이 지닌 의미를 어떻게든 되살리려는 듯한 노력이 엿보여 애틋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어서 일...
어느 마을 어귀 가게 바로 옆에 편의점이 들어왔다. 여러분은 어느 쪽으로 들어갈 것인가? 편의점으로 들어갔다면, 예전 다른 동네의 구멍가게에서 바가지를 썼던 기억 때문일 수도 있고, 정찰제가 아닐 경우 흥정할 자신이 없었을 수도 있다. 낯선 이와 말을 섞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두려웠을 수도 있다. 이처럼 미지의 대상을 신뢰할 용기가 없어서, 최소한의 신뢰는 보장하는 브랜드라는 상징을 선택하곤 한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가 두려운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신뢰의 기호화가 대기업이 제일 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동네 가게로 ...
포켓몬고. 미국인 10명 중 한 명은 매일 즐기고 있다고 한다. 출시도 안 된 한국에서 이 게임을 뒷문으로 설치한 횟수는 추산 100만 이상. 물 건너의 대성공이다.우리는 반사적으로 물 건너의 성공에 반응하곤 한다. “증강 현실 시대를 맞이하여 관련 인재와 산업을 육성하자.” “컨텐츠 경쟁력을 강화하자.” 이런 식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세상에는 타인이 시켜서 육성되거나 강화될 수 없는 것도 있다. 20년이 걸리기도 한다. 벼락 성공처럼 보이는 포켓몬고도 그런 종류다. 컨텐츠 브랜드 포켓몬도 위치 기반 증강 현실 게임 포켓...
한국이 성장을 멈추기 일보 직전이라는 사실. 각종 조사를 살펴보지 않아도 체감할 수 있을 지경이 되었다. 인구 구조 변화라는 어쩔 수 없는 핑계 뒤에...
O2O, 오프라인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을 온라인의 혁신으로 해소해 주려는 것. 관련 스타트업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성과는...
7년 전 한국형 운영체제를 만든다며 물의를 일으킨 업체가 올해 또다시 비슷한 제품을 들고 나와 제품 발표회를 했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엉망이었다. 멈춰버린 소프트웨어를 앞에 둔 무대 위 침묵도 7년 전과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한 기업의 제품 발표회건만 소비자로부터 이렇게도 일방적이고 적나라한 야유가 쏟아지는 제품은 처음 본 것 같다.오픈소스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아니라고 자랑하니 도덕성 논란으로 시끄러웠고, 미완성 제품으로 무대 위에서 애국심에 호소하니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쩔쩔매는 기술직 직원들의 표정은 연민을 자아냈다....
얼마 전 허가가 난 인터넷전문은행들. 핀테크 스타트업들처럼 자립형으로 IT 시스템 구축을 하지는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으나, 두 곳 모두 SI 하청을 통한 컨소시움, 바꿔말해 다단계 도급 공사가 될 듯하다.우리에게는 익숙한 ‘차세대’ 프로젝트 진행방식. 그런데 이처럼 대규모 다단계 시스템 발주로 신사업이 진행되는 일은 세계적으로는 예외에 속한다. 금융감독원의 감독규정은 심지어 클라우드도 쓰지 못하게 하고, 구축완료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10개월. 면허가 필요하니 미리 준비해 둘 수도 없었고, 게다가 현재의 고용구조에서는 정규직...
애플과 FBI가 격론중이다.샌 버나디노 사건. ISIS에 충성하는 용의자에 의해 13명이 사망한 테러가 일어났다. 쉽지 않은 테러 수사. 수사 당국은 용의자의 폰을 수색하려 했으나 암호에 막힌다. 네 자리 숫자니까 0000에서 9999까지 만 번만 시도하면 된다. 40초에 한 번씩 100시간 남짓 되니 이 정도면 안보를 위해 할만한 작업이다. 하지만 정말 이런 막무가내 시도를 하면 10번 만에 폰은 공장 초기화가 되고 말 것이다. 어떻게 방법이 없겠냐며 FBI는 애플을 조른다. 문을 열 방법을 달라는 것. 그런데 이 수사협력요...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직업 지위와 계층의 고착화 현상, 즉 흙수저론이 실증적으로도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물론 꽤나 단단히 굳어 있었다. 사회학은 사회이동(Social mobility)이라는 용어를 보면 알 수 있듯 인간 사회에 엄연한 층위가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계층을 넘나드는 이동성을 사회 건강의 중요한 가늠자로 쓴다. 그런데 계급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영 불편하니, 우리는 눈을 감곤 한다. 모두가 평등한 척,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척하는 것이다. 본질을 덮는 일은 늘 부작...
유니콘이란 말이 있다. 미국 투자 업계에서 시작된 말로 주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그중에서도 1조원 이상의 가치 평가를 받는 기업을 말한다. 이들의 기업 가치는 무엇에 대한 것일까. 번듯한 공장 하나 없는 우버는 왜 현대차의 두 배에 육박하는 가치가 있다 이야기하는 것일까.이해가 안 가는 높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이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자리가 없다. 일자리도 없고 나를 표현할 자리도 모자라다. 열정을 펼쳐라고는 하지만 열정이 자리를 만들어준다는 보장도 없고 우선 열정을 펼칠 자리조차 없다. 자리 하나 차지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다.오늘도 변변한 자리 하나 잡지 못한 청춘, 그마저도 잃은 노년은 소외감에 괴롭다.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엉겁결에 자리 하
소프트웨어가 미래를 만든다. 이견이 없다. 그래서인지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수 과목으로 지정됐다. 2015 개정 새 교육과정에 따르면 중학생은 정보 교과, 초등학생도 실과 시간에 소프트웨어를 배운다. 이왕 할 것이라면 수학의 일부로 본격적으로 가르쳐도 좋을 뻔했다. 행렬에서 함수까지 소프트웨어가 동기 부여가 되어 수학 그 자체가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 즐겁게
올해의 유행어, 우승 후보는 ‘헬조선’일 듯싶다. 어디를 향해 분노해야 할지도, 그리고 그렇게 폭발해 봐야 효과가 있을지도 알 수 없다는 답답함은 겨우 인터넷 문화로 표출될 뿐이었다.뒤틀리는 사회 구조 앞에서 자기계발의 정신론은 통하지 않음이 증명되었을 때, 그 빈틈을 치고 들어 온 것은 의외로 여당이었다.공무원연금개혁에서 노동개혁까지
원인이든 결과든 대개의 사회적 문제는 교육 문제와 밀접하게 붙어 있다. 정글 같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을 받지 못해 방황하다 표류하는 삶도 있고, 현재의 불우를 모두 교육 탓으로 환원한 채 자녀에게서 대리만족을 찾으려다가 ‘에듀푸어’가 되는 삶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사회적 과제를 해소하기는커녕 그 자체가 과제가 되어 버렸다.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로 또 시끄럽다. 상속 다툼이야 동서고금 늘 있지만 재벌이라는 현상만큼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물론 재벌의 원조는 일본이지만 패전후 재벌 해체를 당하다보니 그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은 역시나 ‘재벌(chaebol)’의 나라 한국이다.재벌하면 여러 계열사들로 문어발처럼 확장하는 한국적 풍경이 떠오른다. 자본주의 종주국들에
스타트업이나 인터넷 기업 종사자 들이 종종 하는 말 중에 적잖은 위화감을 주는 말이 하나 있다.“회원수가 깡패다.”맛깡패니 비주얼깡패니 ‘무슨무슨 깡패’라는 신조어의 위화감 때문만은 아니다. 어텐션 이코노미라는 말이 있었다. 즉 무한대의 자원이 동원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이상적 공간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사람들
창조경제의 주역은 창업이니까 스타트업을 차려 글로벌로 나가라 한다. 당신은 마크 주커버그도 스티브 잡스도 될 수 있다고 북돋는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한 달에 200만원이라도 스스로 버는 일의 어려움과 소중함은 잘 일러 주지는 않는다.다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급조된 정부 지원금 프로그램에 기웃거려서는 잔인한 시장 속에서 살아남는 교활함도 세상을 잊고 자신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줄어드는 일자리란 기계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우마(牛馬)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람이 아쉬워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우리 직업들이 하나 둘 기계와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어 갈 때, 마치 떠나 온 고향을 그리워하듯 애수에 젖을 수는 있어도 아쉬워하는 일은 없을지 모른다.사라져 가는 일자리란 단순한 정형 업무들이다.